서울문화 2006. 5. 24. 11:21


(사진: 김남숙 - 메꽃)
다섯 갈래로 갈라진 메꽃의 꽃받침을 두 개의 포가 덮고 있어서 꽃받침은 보이지 않습니다.
꽃을 감싸고 있는 것은 입니다.


(사진: 김남숙 - 꽃이 활짝 핀 날의 메꽃)


(사진: 김남숙 - 꽃이 활짝 피었다가 진 그 다음날의 메꽃)
사진을 클릭해서 메꽃의 잎도 관찰해 보세요. 곤충들에 의해 뜯겨나 드러난 암술관과 꿀샘 다섯개도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메 꽃

요즘 많이 피어있는 메꽃입니다.

심지 않아도, 가꾸지 않아도, 소 먹이풀로 넝쿨 채 베어져 꽃은 물론이고 씨를 남기지 못하여도

이듬해 다시 자라나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

나팔모양의 통꽃이어서 나팔꽃이라고도 부르는 우리 꽃, 메꽃입니다.

6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입추가 지나고  하늘이 높아져 시야가 확 트이는 가을

야산이나 들녘 혹은 개나리 울타리에메꽃의 가는 덩굴성 줄기가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나무가 없으면 잔디밭을 기어가면서 꽃을 피웁니다.

환삼덩굴과 얽혀서 메꽃의 잎이 어찌 생겼는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식물 저 식물이 얽힌 한 여름을 연분홍 수줍은 고개를 빼곡히 내밀고 피는 메꽃.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받침은 두 개의 포에 덮여 있고
다섯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있습니다. 

잎자루는 길고  잎은 밋밋하며 어긋나 있고 긴 타원형으로
잎 아랫부분이 귀모양입니다.

심지 않아도 자라는 메꽃,

보통 심어서 가꾸는 화초 나팔꽃(외래종),

먹기 위하여 재배하는 고구마,

모두 메꽃과에 속하지만

메꽃이나 고구마는 여러해살이인 반면 나팔꽃은 한해살이입니다.

한해살이인 나팔꽃은 여러해살이인 메꽃이나 고구마 꽃에 비해
씨앗 맺는 일을 다투어 해냄으로

낙엽 진 담장이나 겨울 혹은 이른 봄까지도

뿌리 채 마른 나팔꽃의 넝쿨에 달린 씨앗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구마 꽃 씨앗이나 메꽃 씨앗은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요?

메꽃은 한 겨울을 땅속에서 보내면서 땅속뿌리로 번식을 합니다.

물론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맺는 것은 드문 일이랍니다. 
그래서 '고자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답니다.청자색, 흰색, 분홍색 등으로 피는, 열대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종 나팔꽃은 우리의 메꽃과 꽃의 모양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닮았지만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거나 하트 모양으로 메꽃의 잎과 다릅니다. 또한 나팔꽃의 줄기와 잎의 앞뒷면에는 마치 비로드를 연상할 정도로 털이 보송보송 나 있습니다.

메꽃이나 외래종 나팔꽃 두 가지 모두를 나팔꽃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외래종 나팔꽃을 메꽃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메꽃의 하얗고 가느다란 뿌리에 달린 덩이뿌리를 캐서

밥에 얹어 쪄 먹거나  고구마처럼 구워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덩이뿌리를 캐서 생으로 먹어보니 텁텁한 녹말과 당분으로

고구마를  생으로 먹는 맛이었습니다.

여리면서도 수줍은 느낌의 분홍색의 메꽃이 이른 아침 활짝 피었다가

해가 쨍하고 나면 시들시들하여 싱그러움마저 잃어버리고

저녁에는 또 지고마니 허망하죠?

그래도 하루 활짝 피었다가 벌과 나비와 곤충들에게 꿀과 꽃가루를 주고

여린 꽃잎마저 곤충들의 먹이가 되어 뜯겨서 구멍이 나고

빗방울이라도 세게 내리면 찢기고 헤지면서도 크게 활짝 웃음 짓는 꽃!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땅속뿌리를 통해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며

종족번식의 숙명적인 과제를 풀어가는 꽃.

이른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핀 메꽃송이를 한 번만 보고 지난다는 것은

너무나 허망한 것 같아 활짝 피었다가 졌을 그 다음 날 그 자리에 가서

진 꽃 사진을 찍었습니다.

때로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집니다.

왜 그 때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사랑했었다."고

"보고 싶었었다."고

그리고는 지금 주어진 시간도 지나간 시간들과 별 다름없이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라진 도도새는 이 지구상에 다시 오지 않는답니다.

사라진 종(種)이 다시 생겨나지 않듯이

오늘 생겨난 감정이나 느낌은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를 찾아오는 매 순간의 모든 느낌들과 사랑의 감정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요?

한때 유행하다 사라지는 노랫말처럼 우리의 주어진 생애를

나팔꽃 보다 더 짧은 사랑으로, 속절없는 사랑이라고 노래하기에는

짧은 한 순간이기에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어진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나의 지난 모든 날들을 사랑하듯이, 나의 미래의 시간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한 순간도 놓칠 수 없으며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단 하루 피었다 지는 꽃이라도 활짝 웃음 짓는 메꽃처럼 인간의 삶이 허망하고 짧은 것이라 해도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의미로 행복한 웃음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도새: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살았던 날지 못하는 새로 1681년 멸종.


(사진: 김남숙 - 메꽃이 활짝 핀 날의 아침 하늘)


(사진: 김남숙 - 메꽃) 벌이 날아들어 꽃가루를 채집하고 있네요.


(사진: 김남숙 - 메꽃)
메꽃의 포가 꽃받침을 덮고 있어서 꽃받침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들과 비교하여 나팔꽃과는 다른 메꽃의 한 부분을 관찰해 보세요.


(사진: 김남숙 - 나팔꽃)


(사진: 김남숙 - 나팔꽃)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이 보입니다. 그러면 나팔꽃을 감싸고 있는 꽃받침의 털들이 보입니다.


(사진: 김남숙 - 나팔꽃)


(사진 : 김남숙 - 나팔꽃)
사진을 클릭해서 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것을 확인해 보세요.


(사진 출처 : 인터넷 - 고구마 꽃)
고구마도 메꽃과여서 나팔 모양의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