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다큐ㅡ불편한 청춘, 대학 5학년
불편한 청춘, 대학 5학년
기획 : 최삼규
연출 : 이모현
글,구성 : 윤희영
2013년 3월 18일(월) 밤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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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내용 |
졸업을 거부하는 학생들
“졸업생이랑 재학생이랑 기업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졸업을 하고 뭘 했는지 확실히 증명할 길이 없고, (기업에서) 재학생을 좀 더 선호하다 보니까 학생 신분으로 준비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 252시간’,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미국 어학연수 1년’, ‘해외 인턴십’, ‘직무역량스쿨 마케팅 프로젝트 1등’! 대학생들에게 필수로 여겨지는 일명 ‘취업 5종 세트’를 모두 갖춘 Y명문대 보람 씨(26)는 졸업을 앞두고 지원한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50번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중 서류 전형에 합격한 횟수는 고작 5번. 더 이상 승산이 없겠다고 판단한 그녀는 졸업을 연기하고 보험 계리사에 도전한다. 밤 11시 45분. 또 한 명의 5학년 실천 씨(29)는 내일 있을 식품회사 면접 준비에 한창이다. 수십 가지의 라면을 먹어보며 맛의 특징을 꼼꼼히 메모하는 실천 씨. 경쟁사 라면과 맛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안대까지 동원한 그는 S대학 4년 장학생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노력파지만, 40회가 넘는 입사 도전에 번번이 떨어졌다. 어렵사리 찾아온 또 한 번의 기회! 실천 씨에게 봄날이 찾아올까? 남부럽지 않은 스펙의 보유자 보람 씨와 성실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천 씨. 완벽한 두 사람에게 스스로 ‘NG족’이 된 이유를 들어본다.
졸업 대신 유예를 택한 대학 5학년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토익 900점대,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섭렵한 5학년 세종 씨(27)는 오늘도 영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어학 재능을 살려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계획인 세종 씨.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토익 과외까지 하는 고단한 청춘이다. 토익만이 아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할 수 있는 봉사거리를 찾다가 시작하게 된 헌혈이 세종 씨에겐 일상이 됐다. 2주마다 한 번씩, 벌써 스물 두 번 째. “(헌혈을) 30번, 50번 하면 적십자에서 훈장도 주거든요. 30번을 하면 은장을 주고, 50번을 하면 금장을 주고... 훈장도 받고 싶어요.” 취업을 위한 대학생들의 고군분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웃음 3종 세트(웃음치료사, 펀리더십지도사, 레크레이션지도사)’, ‘금융 3종 세트(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심지어 심폐소생술까지 각종 자격증이 넘쳐나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공모전이 쏟아지는 통에 학생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처음엔 영어 점수로 판단했는데 다들 영어를 잘 하니까 대외활동을 보기 시작하고, 봉사활동도 보기 시작하고, 인턴 경험도 보기 시작하고... 전반적으로 스펙이라고 하는 게 상향평준화 된 것 같아서 힘들어요. 취업 후에 쓸 데가 있을까요?”
“4년 만에 다양한 활동들을 하려고 친구들과 연락도 못했어요. 술도 먹고, 놀자는 친구들의 전화도 못 받고 활동에 전념하다 보니까...생활이 생활 같지 않았어요.” “다른 대학생과 경쟁을 해야 되잖아요. 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저는 또 다른 걸 해야 되고, 경쟁 경쟁 경쟁이 모이고...그런 막연한 불안감이랑 계속되는 소모적인 경쟁이 가장 힘든 거 같아요. 이제 ‘눈부신 청춘’은 옛말! 캠퍼스는 각종 취업상담, 스터디모집 글로 넘쳐난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토익학원, 스터디룸, 고가의 면접학원과 취업컨설팅 업체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학생들의 취업 준비 비용은 고스란히 부모들의 몫! 노후 대비는커녕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이 시급하다. “(노후)대책 없어요. 애들만 잘 되길 바라죠. 애들 잘 되라고. (자식들이) 취업 빨리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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