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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이스크림으로 튀김 만든다?

서울문화 2006. 9. 11. 20:04
아이스크림으로 튀김 만든다?
기체가 형성하는 단열층이 비밀
생활 주변 곳곳에서 과학적 요소를 찾을 수 있듯, 요리 속에서도 과학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롭게 연재되는 ‘요리에서 과학 찾기’를 통해 맛있는 요리, 신나는 과학의 세계를 경험해보자.


▲ 아이스크림을 기름에 튀겨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
오징어, 새우, 고구마, 감자, 고추…. 노릇노릇한 옷 속에 몸을 감추고 튀김의 풍미를 한껏 높여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바삭바삭 고소한 향기와 부드러운 감촉을 자랑하는 튀김. 만일 이런 튀김옷 속에 오징어나 감자 대신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아이스크림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스크림 튀김’은 고급 일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후식 메뉴 중 하나다. ‘아이스크림과 튀김의 만남’이라는 발상 자체도 흥미롭지만, 뜨거운 튀김옷 속에서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고 ‘절개’를 지켜낸다는 사실이 더욱 신기하고 놀랍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고온의 기름에서 튀겨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 비밀은 바로 기체가 형성하는 단열층에 있다.


열전도 막아주는 빵가루

아이스크림 튀김을 만들기 위해선 적당량의 아이스크림에 입자가 고운 빵가루 옷을 입힌 후, 고온의 기름에서 재빨리 튀겨내야 한다. 빵가루에는 베이킹파우더, 즉 탄산수소나트륨(NaHCO3)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를 가열할 경우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 기체를 발생시킨다. 이 기체가 단열층을 형성하면서 아이스크림과 튀김옷 사이에서 열이 이동하는 것을 막아준다. 즉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덧씌워진 빵가루가 뜨거운 기름에 닿는 순간 부풀어 오르고, 기체가 그 내부 공간을 채워 열전도를 막는다는 개념이다.

▲ 아이스크림을 씌우는 빵가루가 공기의 열전도를 막아준다.  ⓒ
기체는 열전도율이 매우 낮다. 예를 들어 공기의 열전도율은 물의 열전도율보다 1/25 수준으로 떨어진다. 우리가 100℃가 넘는 사우나실에서 화상을 입지 않는 이유도 내부에 채워진 수증기(기체) 덕분이다.

따라서 찬 아이스크림이 튀김옷의 열기를 느끼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튀김으로 ‘변장’했다고 해도 아이스크림은 역시 아이스크림. 시간이 지나면 녹기 마련이므로 오래 보관할 순 없다. 먹기 직전에 튀겨야 하고, 튀긴 즉시 빨리 먹어야 튀김의 뜨거움과 아이스크림의 차가움이 공존하는 입 속에서의 ‘카오스’를 경험할 수 있다.


바삭바삭한 튀김의 비결

고소하고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튀김, 느끼하고 눅눅하게 기름 냄새가 배어나는 튀김. 같은 종류라도 튀김의 맛은 가지각색이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튀김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튀김옷이 쥐고 있다.

튀김옷에 사용할 밀가루는 점성과 글루텐 함량이 적은 박력분이 좋고, 튀김옷의 반죽은 차가운 물로 살살 고루 섞어야 한다. 글루텐의 함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반죽을 숟가락으로 열심히 휘저을수록 끈기가 많아져 튀김이 잘 되지 않거나 튀김의 부드러운 맛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온도의 물로 반죽할수록 글루텐의 활성을 막아주므로 반죽용 물에 얼음을 섞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튀김옷의 반죽은 달걀 노른자 1개와 차가운 물 1컵을 섞은 뒤 박력분 1컵을 살살 뿌리면서 가볍게 섞어 살짝 흐를 정도의 농도로 만든다.

기름의 온도를 조절하는 일도 중요하다. 일식 요리 전문가들은 150-190℃의 고온에서 단시간 내에 조리하면 영양 손실이 적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새우, 오징어 등을 재료로 삼는 일반적인 튀김의 적정 온도는 약 180-190℃, 고추나 깻잎 등 야채 재료의 경우 이보다 20-30℃ 정도 낮게 잡으면 된다. 도넛은 160℃ 정도에 맞춰 서서히 튀겨야 내부까지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다. 아이스크림 튀김처럼 특별한 경우엔 210℃ 정도에서 약 10초간 재빨리 튀겨낸다.

하지만 온도계를 집어넣어 측정할 순 없는 일. 전문가의 온도 측정 비법을 들어보자. 튀김옷을 떨어뜨렸을 때 바닥에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떠오르면 약 150-160℃, 중간까지 가라앉았다가 곧 떠오르면 170-190℃, 가라앉지 않고 바로 표면에 흩어질 경우 190℃ 이상의 고온 상태다. 재료를 한꺼번에 넣을 경우 순간적으로 온도가 내려가므로 두어 개씩 넣어 일정 온도로 튀겨주는 것이 좋다.
출처 : 나노식품/나노푸드(Nanofood)/김동명
글쓴이 : Truescien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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