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방/한옥

[스크랩] 한국전통건축의 구성원리와 인테리어

서울문화 2009. 9. 22. 11:39

한국전통건축의 구성원리와 인테리어

 

전편에 동서양의 공간인식의 차이를 통해 동양의 공간론을 대별하여 보았다면 이번 글은 전편에 이어 한국전통건축에 나타나는 사상적 배경과 그 특성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 전통건축에 흐르는 내재된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한국 전통건축의 구성원리와 구성요소가 갖는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이는 창살이나 문양, 소재 등의 형식을 차용한다해서 한국적 디자인(한국성)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전통건축의 정신을 이해하고 구현하려는 노력이 전통건축이 갖는 한국성과 한의원의 한의원다운 인테리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통건축에 담지한 사상은 자연친화적입니다. 인간과 자연을 한 생명으로 전제한 불교는 만물이 모두 한 몸으로 얽혀있다는 연기설로 노장사상은 자연의 흐름에 일치하는 행위를 무위 자연이라 하여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기철학은 우주 자체를 기가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으로 보며 기가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이 인간의 몸으로 자연과 내가 물아일체 하나로 보았습니다. 이렇듯 한국의 전통사상은 자연과의 일체조화를 말하며 그 조화의 방법론으로 풍수지리가 나오게 됩니다. 풍수지리에 영향을 받은 한국의 전통공간 구성체계는 산형 지세에 순응하여 안착하는 친자연적인 특성으로 나타나며 생명을 가진 자연과의 조화로운 융합을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풍수지리에 의한 사상적 기반은 한국 공간문화의 근간을 이룹니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가운데에 중정이라는 마당을 중심으로 네 면에 건물이 둘러싸는 구성방식이 가장 많이 쓰였습니다. 이러한 구성의 기본개념은 건물이 놓이는 터의 자연조건을 잘 활용하여 자연의 기운을 건물에 유리하게 돌리려는 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면적의 건물 터 가운데에서 땅의 기운이 몰리는 지점을 혈이라 부르며 이곳에 가장 중요한 건물을 위치시켰습니다. 사찰의 대웅전과 서원·향교의 대성전이 이 자리에 놓였습니다. 혈 앞의 명당 위치에는 마당을 내고 나머지 건축물들은 중요도에 따라 주변의 지세에 맞추어 배치되었습니다. 명당 앞의 案山에는 문이나 누각이, 혈 뒤의 主山에는 사찰의 경우 강당이 그리고 서원·향교의 경우 사당이 배치되고, 명당 좌우에는 사찰의 경우 기타 전각이나 승방이, 서원·향교의 경우 東齋와 西齋가 각각 배치됐습니다. 중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네 면을 구성하는 건물에는 사신도가 대응하였습니다. 대웅전과 대성전에는 북현무가, 문루에는 남주작이, 좌승방과 동재에는 좌청룡이, 우승방과 서재에는 우백호가 각각 대응되었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자연지세의 기운이 방위에 따라 나타나는 형상이 이런 동물들의 특성을 닮았다고 믿는 데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중정형 배치는 개방형 건물인 문루를 통해 남쪽으로 열리면서 따뜻한 햇빛과 활발한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나머지 세 면은 닫히면서 이렇게 받아들인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고 보관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중정 구조는 건물을 둘러싼 주위 산지의 형국과 닮은 동일한 구조를 띠게 되었으며 그 결과 본래 있던 자연 지세 속에 이것을 닮은 인공조영에 의한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이것은 서로 상충되지 않고 하나로 일치되었습니다. 紹修書院(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경우는 극단적인 비대칭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무작위의 무의적 가치를 찾게 만듭니다. 한국 전통 건축은 비대칭 구성을 큰 특징으로 갖습니다. 개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전체 공간에 한 채 한 채 놓여지는 조화와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에 더 큰 의미를 둔 것이지요.

한국 전통건축에서는 집터를 닦을 때 방위를 제일 먼저 살폈습니다. 남향이 햇빛을 잘 받기에 가능한 한 집은 남향을 한다는 단순한 원리가 한국 전통건축을 대표하는 제1 신조로 지켜졌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철칙은 아닙니다. 남향이 지켜지지 않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자연지세가 남향을 허락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남향이라는 것도 결국은 자연지세를 읽는 방법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며 이렇게 보았을 때 한국 전통건축에서 좇았던 최상의 철칙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전통공간에서 풍수지리에 의한 친자연적 공간특성 중에는 안대좌향에 의한 공간배치가 있습니다. 이는 생기에 의한 관점에서 볼 때 좋지 않은 기를 갖는 형세와 풍경이 들어오는 곳은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고 좋은 기와 형세를 갖은 곳으로 향과 창을 내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는 屛山書院(경북 안동시 풍천면) 만대루(晩對樓)의 규모나 위치에서 보면 잘 나타납니다. 병산서원의 향은 강당에서 보면 병산벼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풍수지리에서 산세가 벼랑으로 이어지는 경우 살기가 있다 하여 금기시합니다. 병산서원은 그러한 이유에서 다른 서원에서 볼 수 없는 대규모의 산수공간인 만대루로 막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를 포함하여 풍수에 의한 공간배치는 한국 전통 공간의 특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연지형에 따른 비대칭적 배치와 변화요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되었습니다. 한국 전통건축에서 보여지는 풍수는 공간배치계획에서 방위지정에 이르기까지 자연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구속 조작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것이 건축의 일부가 되게 하거나 건축의 연장이 되게 합니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건축물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자연과 건축물(차경과 장경), 건축물과 건축물(중첩과 관입), 건축물과 이용자 사이 비어있는 공간을 중시합니다. 이것은 연기설과 같은 개체와 전체의 일체성을 중시하는 특징으로 공간은 틀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여백이라는 빈 물질(공간)과 합하여 하나가 되며 자연과 인간을 향해 열린 개방된 공간으로 나타납니다. 한국의 전통공간은 건축물의 독창성 보다 자연의 도와 기를 연결하는 정신적이고 미학적인 경험의 설정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한국 전통건축에서의 독창성은 남과의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본질에 근원적으로 접합됨으로써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오랜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삶 자체가 자연 의존적인 한국인의 대표적 특성은 친화적인 자연관으로 나타납니다. 그가 만든 구축환경이 모두 그것이 자리한 자연환경과 동일시 되었으며 인공환경이 흡사 자연에서 솟아난 것 같이 자연과 함께 성장하였습니다.

 

한옥의 구조를 보면 空과 間을 나누는 지붕과 기둥을 빼면 모든 실구성의 벽면은 가변적으로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문과 창을 보더라도 문지방의 고저를 빼면 어느 것이 문이고 어느 것이 창인지 구별이 가질 않습니다. 더욱이 창호지로 마감한 문은 그 자체가 반투명의 소재로 투명성을 전제로 열린 개방의 공간을 의미 합니다. 창과 문은 대문이나 부엌 출입문과 같은 판문(널판지로 만든 문)을 제외하고는 폐쇄성을 없애기 위해 살문으로 문의 투영성을 높이고 더욱이 창호지로 마감하여 비록 닫았다하나 반투명 개방성을 높였습니다. 더욱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분합문은 개방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분합문은 여닫으면서도 들어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장치로 보통 대청과 방 또는 대청과 밖을 구분하는 곳에 설치했습니다. 필요할 때 들어올려 상부에 설치된 걸이(등자)에 얹어 놓습니다. 이러한 들어열개 구조는 단순히 더울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칸으로 구성된 한옥에서 필요에 따라 방의 넓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며 완벽한 투명 개방공간을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중첩과 관입으로 표현됩니다. 공간이 투명하다 함은 이쪽 공간과 저쪽 공간 사이의 구별이 모호하다는 얘기로, 이쪽 방과 저쪽 방을 폐쇄적 단절로 보지 않고 개방적인 공간의 연속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나 끊어지지 않고 방과 방사이 문을 걷어내면 확대된 하나의 방이 되며 방에서 마루를 지나 다시 방으로 겹 공간 구조를 이루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내.외부 공간 사이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한옥에는 대청마루나 툇마루 같이 내부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부공간도 아닌 애매한 성격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전이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대청마루나 툇마루는 지붕만 있고 벽이 없기 때문에 외기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으며 이런 점에서 분명히 외부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청마루와 툇마루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며 세간이 놓이기도 하는 등 사용양상으로 보아서는 내부공간의 성격을 갖습니다. 대청마루와 툇마루는 이처럼 외부공간인 동시에 외부공간이 아니기도 하며 내부공간인 동시에 내부공간이 아니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내 외부 사이의 전형적인 전이적 성격을 그 특징으로 합니다.

한국 전통건축에서는 내·외부 공간을 뛰어넘어 외부의 경치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것은 앞의 중첩과 관입에서 보았던 공간관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본래 차경이란 원림이나 궁의 경내에서 경(景)을 누정으로 끌어들이는 기법을 말하는 것으로 낙산사나 관촉사 미륵전은 차경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관촉사의 은진미륵은 차경기법에 의하여 그 자체가 대웅전이요 동시에 그 속의 불상 역할까지 한번에 다 해내고 있습니다. ※ 아래 사진은 임석재 저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의 사진이며 차경의 내용은 그의 글입니다.

내 손길이 머무는 인간적인 스케일의 공간에는 굳이 공간을 분리 배열, 장식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그 보다는 자신을 담아내기엔 지나치게 큰 서양식 공간들이 자신의 잣대에 비춰 비대하고 비인간적이기에 그 공간을 자신의 공간으로 꾸미려하는 과정에서 인위적 작위가 나옵니다. 한옥의 공간은 천정이든 벽체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공간으로 그 곳을 무언가로 나누는 것은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고 어지럽힐 뿐 입니다. 대청마루에 서서 부르면 들을 수 있는 청각거리 휴먼스케일의 마당 공간이 있고 담장에 의해 외부와 단절된 듯해도 대청마루에 서서 보면 담장을 뛰어넘어 외부와 연결되어 그 너머를 바라보며 자신을 사고할 수 있는 자연과 관통하는 공간입니다. 바깥에서는 안보이고 안에서는 트여있는 눈높이 낮은 담장은 지형에 따라 조성되기 때문에 늘 담을 사이에 둔 내외부 공간은 상호 관입되고 전체적으로는 자연과 통합됩니다.

인공을 최소화하여 대자연과 건축물이 어울리는 한옥의 전일성은 내부 공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납니다. 휴먼스케일의 아담한 공간에서 공간의 변형은 무의미하며, 자칫 작위의 불필요한 공간변형은 공간의 파괴로 나타나기에 기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옥은 온돌의 특성 때문에 열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구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변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한옥에서는 수납장 보다 벽장을 두었습니다. 실내의장(인테리어)에 대한 설명으로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글보다 나은 글이 없겠기에 그분의 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방치레는 화미하다기보다는 질소 담박한 기품을 으뜸으로 삼아왔다. 검은 오동나무 가구에 무쇠장식을 곁들인 조선적 담소의 멋이 이러한 방치레의 지체에서 생겨났으며 가난한 초가지붕 밑에도 으레 순박하고도 편안한 순리의 아름다움이 깃들이는 숨은 정성이 스며 있었다. 서재를 가진 지식인들은 그들대로 한아한 문방의 분위기를 만들기에 마음을 썼고 사랑방을 가진 부형들은 사랑방의 품위를 자신의 품위처럼 소중히 할 줄 알고 있었다. 젊은 아내와 어머니들은 은은하고도 정갈한 내실의 방치레에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썼으며 여기에서 백동촉대나 등잔걸이 같이 연연한 정서, 그리고 조선적 데포르메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수병풍 수장롱 등의 멋진 조형이 성립되기도 했다” 

 

 □ 참고도서 □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임석재 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저) 한옥으로 다시 읽는 집이야기 (최성호 저) 공간디자인 16강 (권영걸 저)

 

                                                                         김 도 환 (주)아반프러스 대표 02)323-5592

출처 : http://www.av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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