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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서울문화 2013. 3. 2. 22:56

 

카르멘

[ Carmen ]
  • 저자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ée, 1803-1870)

  • 국가

    프랑스

  • 분야

    희곡

  • 해설자

    이형식(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

≪까르멘≫이라는 소설의 줄거리는 일견 지극히 단순하다. 어느 고고학자가 에스빠냐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고대 전적지를 답사하던 중 산적 호세 나바로를 우연히 만나고, 자기를 안내하던 사람이 포상금에 욕심을 내어 산적을 밀고하려 하자, 산적에게 넌지시 그 사실을 알려 산적이 무사히 탈출하도록 도와준다. 그 다음 주, 고고학자는 안달루시아의 수도 꼬르도바에서 아름다운 집시 아가씨, 즉 까르멘을 만나 함께 그녀의 거처로 가는데, 그의 금품을 노린 그녀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순간에 호세 나바로가 나타나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몇 개월 동안 안달루시아 지방 여러 곳을 여행한 후 고고학자는 다시 꼬르도바로 돌아오는데, 그곳 사제들로부터 호세 나바로가 옥에 갇혀 처형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처형 전날 호세를 방문한 고고학자는, 그로부터 그가 고향 나바라를 떠나 기병대 하사관이 된 사연, 까르멘과의 사랑으로 인하여 상관을 죽이고 탈영하게 된 경위, 그녀에 대한 애착으로 인하여 살인, 밀수, 강도짓 등에 휩쓸려들게 되고, 그녀가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녀를 죽인 후 자수하여 사형언도를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상이 소설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소설의 줄거리만 보자면, 1845년 10월 그것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생뜨-뵈브(Sainte-Beuve) 같은 이가 조금은 폄훼하여 논평하였듯이, 아베 프레보(Abbé Prévost)의 ≪마농 레스꼬≫와 유사한 작품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생뜨-뵈브의 그러한 미지근한 논평은, 까르멘과 호세의 사랑을 그 외형적 유사성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때에나 성립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밀턴의 사탄’ 같은 호세의 외모, 거칠고 야성 넘치되 우수가 깃든 그의 만돌린 소리, 그에게서 풍기는 섬세함과 고아함, 간특함과 잔인함 뒤에 숨어 있는 까르멘의 고결함과 초연한 체념 등을 프레보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까르멘≫을 ≪마농 레스꼬≫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실례 아니겠는가?

메리메의 다른 여러 작품들 속에서도 여일하게 발견되는 그러한 특질들은, 죠르쥬 비제(G. Bizet)가 1875년에 발표한 오페라 <까르멘> 에 의해 더욱 부각되었고, 또한 비로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1915년부터 2004년까지 그 소설을 소재로 삼아 영화가 무려 13편이나 제작되었으며, 발레 또한 3편이나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심지어 프랑스에서조차도, 흔히들 까르멘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메리메보다는 비제를 뇌리에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비록 비제의 음악이 에스빠냐 내지 지중해적 열혈 기질을 표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니체의 표현이라고 한다), 메리메 특유의 은닉된 열정과 잔잔하되 날카롭고 혹독하기도 한 해학과 풍자까지도 담고 있지는 못하다. 어찌 보면 메리메의 작품들 속에 스며 있는 고유 억양, 즉 그의 감성과 몽상의 극히 제한된 한 면만을 표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제의 음악 중 어떤 부분에서는 바그너적 과장이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과장(내지 허풍)도 음악이나 연설에서는 일종의 수사적 방편으로 간주될 수는 있을 것이다.

메리메의 ≪까르멘≫이 비제의 음악 덕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물론 음악 내지 연극의 청각적 혹은 시각적 효과에 기인한 듯하다. 또한 극장을 즐겨 찾는 약간은 겉멋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대중적 유행에 힘입은 바도 있을 듯하다. 음악적 굉음과 무대의 화려함에 이끌리고, 일종의 문화적 겉멋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메리메의 잔잔한 어조에 이끌려들기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제의 오페라 및 기타 영화나 발레 등에 매료된 이들이라 할지라도, 메리메의 유유한 문체에서 은은히 발산되는 힘찬 내면의 노래에 무감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그 노래의 흐름에 조용히 스스로를 내맡기는 것이 진정 즐거운 독서 아니겠는가? 또한 그 순간, 비제의 음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메리메의 진정 내밀한 본능을 비로소 느끼고 포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tQmVa8tNGqo   1부

 

 

http://www.youtube.com/watch?v=Tp-2g2kFWo0&feature=player_detailpage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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