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
황제의 글에
「형상이 변하면 형상이 생기지 않고 그림자가 생기며,
소리가 변하면 소리가 생기지 않고 음향이 생긴다.
무가 변하면 무가 생기지 않고 유가 생긴다」 라 했다.
모든 물건의 형상은 반드시 종말이 있다.
그러면 형체가 있는 하늘과 땅도 종말이 있는가?
형체가 있는 하늘과 땅도 나와 같이 종말이 있다.
그러면 모든 형체가 있는 것들은
반드시 종말이 있어 없어지는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면 도도 종말이 있는가?
도는 본래 시발점이 없으므로 종착점도 없다.
도는 없어지는가?
그것은 본래 만물처럼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성하는 사물은 생성하지 않는 그 무엇으로 되돌아가고,
형체가 있는 것은 형체가 없는 것으로 되돌아간다.
생성하지 않는 그 무엇은
본래 생성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형체가 없는 것은 본래 형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생성하는 것은 반드시 종말이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종말이 있는 것은 종말이 있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은 역시 생성하는 것은
생성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이 항상 생성하고
어디까지나 종말에 그치려고 하면 그
것은 바로 천지 운수에 미혹되는 것이다.
정신이란 하늘에서 나누어진 것이고,
육체란 땅에서 나누어진 것이다.
하늘에 속한 정신은 맑고 흩어지기 쉬운 것이고,
땅에 속한 육체는 탁하고 모이기 쉬운 것이다.
정신이 형체를 떠나면 참된 근본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이것을 귀신이라 한다.
귀신의 귀(鬼)자는 본래 돌아간다(歸)는 뜻이다.
어디로 돌아가는가 하면 참된 집,
곧 허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황제는 말하기를
「정신은 허공의 문으로 돌아가고,
육체는 그 근본인 땅으로 돌아가니,
나라는 것이 어찌 존재하겠느냐?」 라 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살다가
죽게 될 때까지 네 가지 큰 변화가 있다.
사람이 공허한 기운을 이어 받아
뱃속에 잉태되었다가 어린 아이로 세상에 나와
자라서 젊은이가 되면 젊은이는 또 늙어 쇠약하였다가
죽게 된다.
사람이 어린아이 때에는 기운은
한 곳에 모이고 의지가 한결같아서
지극히 조화로운 상태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물도 해치지 않고,
덕도 그 이상 보탤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러나 젊었을 때에는 혈기가 넘쳐흐르고
식욕과 성욕과 명예욕 같은 욕망이 일어나고
여러 가지 이해타산에 대한 생각이 생겨나
주위의 사물과 서로 다투고 또 서로 공경하게 되므로
어린아이 때에 보존하고 있던 덕기가 쇠약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아이와 같이
덕기를 온전하게 본존하고 있지 못하다 하더라도
아직은 젊은 시절에 처하여 있는 것이다.
또 나이가 많아져서 노쇠하게 되면
젊었을 때에 가졌던 모든 욕망과 이상이 상실되고,
신체는 쇠약해져 사물과 경쟁할 용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다만 누울 자리와 쉴 곳만 찾게 된다.
그 다음 죽음의 날이 가까워 오면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편히 안식하려 한다.
- 『열자(列子)』 제1편 천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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