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心銘(사상과 명언)/법성게

법성계6

서울문화 2006. 8. 5. 12:03

- 법 성 게 -


- 초발심이 곧 정각(正覺)② - [6]    


이사명연무분별(理事冥然無分別) 


이와 사의 경계가 사라져서 분별이 없다.
법계라 하면 일체의 존재가 각자 그 역할을 지켜
서로 엇가리거나 뒤섞임 없이 잡다한 가운데에서도
질서 정연하게 조화를 유지하면서 연기하고 있는
우주만법의 세계를 가르키는 말이지요.

그래서 법계란 사실 하나여서 여러 개가 있을 수 없지만,
화엄경에는 이것을 철학적으로 네 가지로 분류했어요.

사법계, 이법계, 이사무애법계(理事無애法界),
사사무애법계 (事事無애法界)인데, 이렇게
넷으로 구분해서 보는 것을 사법계관이라 합니다.

그럼 사법계란 뭐냐?
차별 현상계에서 보는 것을 말합니다.

언뜻 보기에 같아 보이는 구더기 한 마리 한 마리도
자세히 보면 그 생긴 모양이 다 다르고,

강가에 있는 모래가 수없이 많지만 가서 비교해 보면
그 크기와 모양, 성분이 다 다르고, 밭에서 나는 고추도
그 빛깔과 모양이 다 다릅니다.

바다에 일어나는 수많은 파도가 있지만
그 파도 모양과 일어났다 사라지는 수명도 전부 달라요.
그래서 만법(萬法)이라 하는데, 이런 세계를 사법계라 합니다.


그런데 파도 하나하나를 볼 때는
각 파도가 수없이 생기고 사라지지만,

바다 전체를 보면 물이 그냥 출렁거릴 뿐
파도가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또 아이들 눈에는 물이 얼음이 되었을 때,
얼음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이
얼음으로 그 모양을 변했을 뿐이지.
거기에는 따로 얼음이 생긴 게 아니지요.

그러니까 이 삼라만상은  근원으로 돌아가 보면
다 한 가지 모양이에요.

그래서 만상(萬相)은 일상(一相)이고,
만법은 일 법이라고 하지요.
이 하나의 세계를 이(理)의 세계라 하는 겁니다.

근본으로 돌아가면 결국 이치는 하나다.
그러니까 사의 세계가 허상인 속제(俗제)라면 ,
이의 세계는 실상인 진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겠죠. 
이런 세계를 이법계라 합니다.


그런데 허상은 실상을 떠나 나타나는 게 아니지요.
고요한 바다에서 파도가 일고
파도가 가라앉으면 고요한 바다가 된다.

바다와 파도가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진제(이 理)와 속제(사 事)가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나무의 근원을 따지면
나무뿌리에서 나뭇잎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하나의 줄기에서 수많은 나뭇잎이 나와요.

그러나 사실은 나뭇잎 때문에 뿌리와 가지가
생성 되는 것이라서 잎이 뿌리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엄밀히 말해서 둘이 아닙니다.
이런 것을 이사가 무애하다. 이와 사가 둘이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차별 현상계를 ‘색(色)'이라 하고
그 본질을 ‘공(空)’이라 말하는데,
이 공과 색이 둘이 아닌 세계를
즉 색즉시공의 세계를 이사무애법계라 합니다.

그러면 사사무애법계란 뭐냐?
차별현상계 사이에서 걸림 없이 오가는 것을 말합니다.

본질에서 현상이 드러나고 현상에서 본질로 가는데 
걸림이 없는 것을 이사무애라 하고,

차별현상계에서 걸림 없이 오가는 것을
사사무애 또는 화작(化作)이라 합니다. 

비유하면, 파도치는 바다에 배타고 놀러 나갔다가
큰 파도와 풍랑으로 배가 뒤집혀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이
사법계에 있는 사람의 모습니라면,

방파제를 단단하게 치고 그 안에서 배타고 노는 것이
이법계에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사법계에 있는 사람은 넓은 바다에 나가서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서 배를 타요.
파도를 떠나지 않고 그 위에서 노는 겁니다.

사사무애법계는 어떠냐?
파도를 타고 즐기다가 어쩌다 물에 빠져요.

그러면 실수를 했느냐? 아닙니다.
물에 빠진 김에 물밑에 내려가서 진주조개를 주워옵니다.

빠져 죽지 않아요.
사사무애법계에 있는 사람은
물에 안 빠져야 된다는 관념마저도 없습니다.

물속에 빠지면 빠진 대로 물위에 있으면 위에 있는 대로
언제나 좋은 일이 있어요. 이사가 명연하여
분별이 없다는 것은 이런 세계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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